[국민일보] “코로나로 어려운 미 교포 돕자”… 한국교회 마음을 모았다
May 25, 2020
한국의 중대형 교회들이 뜻을 모아 미국의 한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일 모이는 예배가 어려운 것은 물론, 학교 상점 식당 등이 폐쇄되고 대중교통 운영도 일부 중단됐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미등록 현지 한인들은 특히 더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교회와 미국의 한인교회, 동포단체가 힘을 합쳤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 소망교회(김경진 목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잠실교회(림형천 목사)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 창동염광교회(황성은 목사)는 미국 체류 서류 미비 한인들의 코로나19 구호를 위해 총 15만 달러를 지원했다. 대표적 미주 한인교회인 나성영락교회(박은성 목사)와 뉴저지초대교회(박형은 목사)가 각각 5만 달러와 2만 달러를 더해 기금을 조성했다. 이는 지난 19~21일 LA와 뉴욕 한인회, 뉴저지 한인동포회관에 전달됐으며 서류 미비로 미 연방정부의 재난지원금이나 실업수당을 신청할 수 없는 한인들에게 가구당 500달러씩 긴급 지원된다.
7개 교회를 대표해 림형천(65) 잠실교회 목사를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의 교회에서 만났다. 림 목사는 “심부름 역할만 했을 뿐인데 홀로 부각되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림 목사는 2012년 잠실교회로 청빙되기 전 미국 뉴욕의 아름다운교회를 개척해 10년, 나성영락교회 담임으로 10년 등 20여년간 이민자 교회를 섬겼다.
“미국 내 한인은 250만명 규모인데 미등록 이주민 지위로 살아가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가게를 많이들 하시는데 코로나19로 폐업 휴업 등에 내몰렸지만, 서류 미비자라서 정부 지원금도 못 받고 감염병 진단 검사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세상을 뜨는 한인교회 성도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우리보다 발달한 사회라고 하지만, 그 속의 한인들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민 지역 한인 공동체의 중심은 교회인데, 한인교회들과 함께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돼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국교회가 미국교회를 직접 돕는 건 아니고 미국 내 처지가 어려운 한인을 돕는 것이지만, 미국교회의 헌신과 열정으로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배당 학교 병원을 세운 한국교회사에서 의미 있는 행보임에는 분명하다. 림 목사는 “교회뿐 아니고 6·25전쟁 등 한국이 미국에 진 빚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잠실교회는 지난 3월 코로나19 집단발병 당시 새문안교회 소망교회 영락교회 온누리교회 주안장로교회 장로회신학대 등과 함께 대구·경북 지역 교회와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예장통합 총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총 8억5000만원을 기탁했다. 잠실교회 자체로도 성도들과 함께 공적 마스크 줄서기 당시 2개 중 1개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캠페인을 했다. 노회 내 자립대상 교회 월세 지원과 마천시장 소비 촉진 등도 하고 있다.
예장통합 소속 7개 교회는 지난해 3·1운동 100주년 당시부터 느슨한 연대를 통해 뜻 있는 일을 도모하고 있다. 림 목사는 “당시 총회를 통해 전국 교회와 미션스쿨의 3·1운동 교육자료를 지원하면서 가끔 만나기 시작한 정도”라며 “한국교회가 어려운 이때 중심을 잡고 묵묵히 나아가자는 취지로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